네마프 폐막식에 초대받은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단편 영화를 봤다.
퀸의 뜨개질이라는 영화였고 즐겁게 봤다.
단편 영화는 짧고 유니크하다.
수제 원목 가구 같은 매력이 있다.
사포질을 오래 한 영화는 오래 한 만큼 맨들거려 보기 좋고, 가시가 여기저기 돋친 영화는 움츠러드는 구석이 있어 눈길이 간다.
영~ 아니다 싶은 영화도 괜찮다.
랜덤 뽑기처럼 그냥 뽑는 맛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장편 영화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지문 같은 개성이 있다.
단편 영화는 주로 입봉작이다보니 젊은 감독들이 주를 이룬다.
영글지 않은 이야기를 서툴고 진지하게 들려주는데,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땐 그 서투름과 진지함의 조합이 시시했다.
아마 서투른 나의 모습이 투영되는 게 싫었던 걸 수도 있겠다.
언제나 능숙하고 싶어 했으니까.
괜히 거장들의 영화를 찾아보고, 지루했던 영화도 꽤나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다는 듯 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던 것 같은데.
어제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보는 나의 태도가 달라져서 놀랐다.
예전에는 왜?를 떠올렸다면 어제는 아무 생각 없이 재미를 찾아가며 그냥 봤다.
영화와는 점점 멀어지는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넓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대체 왜일까.
또 왜를 떠올리는 걸 보니 아직 갈 길이 멀다.
어쨌든 영화제마다 올 참석하는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가 된 내 모습을 얼핏 떠올려봤다.
당장만 해도 나만의 챌린지가 하나 있다.
필름업에 업로드된 영화를 모두 보고 감상평을 남기는 것.
여유가 생기면 할랬는데 벌써 반년이 흘렀다.
이 김에 시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