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08일

빗나간 예측

By In DAILY

상대에 대한 예측은, 상대에 대해 얘기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나를 맞추는 일이다.
어제 누군가에 대한 예측을 했고 크게 빗나갔다.

뭐 이런 거다.

누군가 도서관을 갔다고 말하면, 책을 좋아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다.
그리곤 책에 관한 질문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과 다른 대답이 돌아오는 것이다.
‘어떤 책 주로 읽으세요?’
‘대학 때 마지막으로 읽었던 것 같은데요.’

알고보니 그 사람은 공짜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어서 도서관에 간 것이다.
책을 좋아해서 도서관을 가는 사람과 공중 화장실로서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그렇다면 빗나간 예측은 무효한 것일까?

예측은 빗나갈 때 오히려 확정적인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이 사람이 어떤 책을 읽냐는 질문에 대충 이것저것이라고 둘러댔다면,
예측의 화살은 영점 조절할 기회가 없이 과녁을 훨씬 더 빗나가버릴 것이다.
단번에 명중할리 없으니 얼른 두 번째 화살을 쏠 기회를 만드는 게 차라리 나은 것이다.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물어서 더 곤란한 상황을 만들기보다 뭐 하러 가셨냐고 물을 수 있게 되니까.

무엇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예측에 대한 영점 조절이다.
백발백중을 위해서가 아니다.
메타인지를 위해서다.
도서관을 간다고 다 책을 좋아하는 건 아닐 텐데 책 얘기를 왜 바로 물어봤을까.
그 사람의 취향이 궁금했나?
어떤 일로 갔냐고 물어봐도 되었는데 내가 책에 대해 집착이 강한가?
과도한 관심이 상대를 곤란하게 할 수도 있겠구나.

나를 알고 다듬어가는 과정으로 삼는다.

오늘 알게 된 건,
몇 살에, 어느 정도의 부를 가졌을 때, 어떤 애티튜드를 가지는 것을, 평범하다고 여기는지 알았다.
그 평범한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도 알았고.
그렇지만 그걸 이제 알았으니 그 방향으로 다시 화살을 쏘면 된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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