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주말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겨울 이불 빨래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엊그제는 사전답사도 다녀왔다.
빨래방 회원 카드를 발급해서 이용하면 포인트를 10%나 적립해 주는 것까지 확인했다.
빨래를 당장 할 것도 아니면서 와본 것도 별난데 카드까지 미리 사는 건 유난인 것 같아서 그냥 참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눈 뜨자마자 이불, 베갯잇, 깔개, 수건 몽땅을 챙겨 빨래방으로 향했다.
원래는 이불만 하려 했지만 어쩌다 보니 이것저것들이 꼈다.
천이라고 만만히 봤건만 예상외로 무거워 진땀을 흘렸다.
그렇게 가깝지만 먼 빨래방에 도착했는데.
카드를 미리 사두는 게 별난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필 또 500원짜리 동전만 가능하대고, 수중에 현금은 없고, atm기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고, 빨래들은 이미 세탁기 안에 다 집어넣은 상태고.
원래라면 패닉에 빠졌겠지만 오히려 운명 같은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오늘을 위해 10년 전에 500원짜리 동전을 모아두었기 때문이다 (아님)
집으로 후다닥 달려가 대학생 때 모아두었던 동전 꾸러미를 가지고 나왔다.
기숙사에 머물던 시절 세탁기와 건조기를 이용하려면 500원짜리 동전이 필요했다.
세탁기 옆에 있던 동전교환기는 자주 동이 났었다.
그래서 밖을 나갈 때마다 일부러 마트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3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면서 1,000원을 내고 100원짜리 2개 500원짜리 1개로 거슬러 받아 잔돈을 모아두었다.
생각보다 빨리 자취를 하게 되어 쓸모가 없어진 동전들을 굳이 은행에 들고 가 통장에 넣기도 귀찮아서 지금껏 가지고만 있었었다.
이게 이렇게 쓸모가 생길 줄이야!
앞으로 계속 이용할 건데 10% 포인트를 못 얻은 건 속 쓰리지만 ‘오히려 좋아’ 정신으로 깜짝 이벤트를 즐겼다.
것보다 건조기에 말린 이불과 수건은 기대 이상으로 뽀송했다.
얼른 건조기가 내 삶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당분간 2주에 한 번씩 빨래방에 방문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