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던 아파트의 작은 평형대에 매물이 나왔다.
풀옵션인데 보증금 1000에 월세가 200이라는 것이다.
월세가 세긴 하지만 침대,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식기세척기 외 모든 가구와 가전이 다 있어서 기회비용이겠거니 생각했다.
당장 이사할 게 아니더라도 구경하러 가보기로 했다.
살게 되면 어떤 느낌일지 제대로 느끼기 위해 차를 가져갔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가는 것부터 해보고 싶었다.
집 입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고 집으로 올라갔다.
집주인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셨고 집은 사진에서 본 그대로였다.
생각보다는 작았는데 지금 집에 비하면 훨씬 컸다.
큰 방에는 퀸 사이즈 침대 두 개를 넣고도 공간이 좀 남을 것 같았고 작은방은 옷방 겸 일하는 방으로 만들면 될 크기였다.
연식이 좀 된 아파트여서 그런지 창이 앞뒤로 나있어서 맞바람이 쳤다.
날이 무진장 더웠는데 에어컨도 키지 않은 집이 시원했다.
거실 베란다 너머로는 하늘공원이 훤히 보였다.
노을이 예쁘다고 어필하셨던 게 사실일 것 같았다.
월세가 150만 돼도 욕심을 좀 내볼만하겠는데 200은 아무래도 무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약기간을 늘리거나 보증금을 조정해서라도 월세를 낮추실 의향이 있는지 여쭤봤지만 200으로 최대한 구해보고 싶다는 답변을 받았다.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며 하얀집으로 돌아왔다.
비록 구경뿐이었지만 직접 내부를 들어가 보니 손에 잡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달라진 건 하나도 없는데 경험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또 이런 기회가 생기면 집을 보러 가봐야지.
이사도 안 할 건데 뭐 하러 가보냐고 했던 지난날이 떠오르며 부지런히 앞으로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