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2월 11일

이사 2

By In DAILY

반포장 이사 1
내가 고개를 꺾고 쳐다봐도 콧구멍만 보일 정도로 키가 엄청 크고 건장한 젊은 남정네 셋이 왔다.
아주 마음에 쏙 들게 일을 했다.
한 명은 짐을 싸고 한 명은 옮기고 한 명은 차에 실었다.
스탠드 전등을 하나를 해먹긴 했지만…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이사 중 당근 나눔
엄~청 무겁고 큰 책장 하나를 나눔 했다.
대화하시는 분이 여성분인 것 같아서, 무조건 남자 두 명이 옮겨야 하고, 트럭이 와야 할 사이즈라고도 했다.
그분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예약자분이 도착하셨다.
중년 여성분 한 분과 그분의 어머니가 오셨다.
하…
집 문 앞까지 억지로 억지로 기어코 기어코 끌고 가시더니 결국 계단에서 막히고 말았다.
이사가 중단됐다.
반포장 해주시던 작업자분들이 내려주셨다.

나는 여기서부터 퓨즈가 나가서 방구석에 숨어 앉아 있었다.
A가 다음 상황을 전화로 들려줬다.
내려갔더니 차가 작아서 결국 그제야 용달을 불렀다고 한다.

상황이 일단락된 줄 알고 방에서 벗어나, 다음 집으로 넘어가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악몽 같은 일이 벌어졌다.
책장이 1층 대문의 반을 가로막고 떡하니 서있었다.
1시간 뒤에 용달이 온다는 메모가 끼워져 있었다.
통행에 방해되지 않게 책장을 낑낑대며 밀어놨다.

가전 설치
당근에서 사기를 4번 정도 당할 뻔하고 새삥으로 마련했다.
늦지도 않으셨고 어리다고 반말하지도 않으셨다.
오래된 아파트라 냉장고의 경우 다 분해해서 올려야 할 것 같다고 안내해 주셔서 헉! 하고 놀랐더니,
10가구 중 8가구가 그러니 마음 쓰시지 마십시오와 같은 말들을 해주셨다.
궁금한 점과 우려점을 묻지 않아도 먼저 다 알려주셨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고, 앞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돈을 펑펑 쓰고 마음고생하지 말아야겠다는, 극단적 결론에 이르게 했다.

반포장 이사 2
행거를 해체한다고 방 안에 있었는데, 작업자분들이 내가 있는 줄 모르셨나 보다.
그동안 한마디도 안 하셨었는데 갑자기 대화를 나누셨다.
책장을 내려주신 분들이 가담하지 않은 나머지 한 분을 놀렸다.
매정한 놈이라며.
한 분이 오늘 어떤 차를 살짝 박았는데, 외제차여서 긴장했는데, 차주가 그냥 가라고 했다며,
자기가 선처를 받았으니, 그걸 마침 베풀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제부터 내내 메마르던 마음이 이 대화를 들으며 조금 풀렸다.

인터넷TV 이전설치
랜선을 방안에 내달라고 요청드렸더니 방문을 가로질러 설치를 시도(?)하셨다.
당연히 방문에 선이 짓이겨져서 피복이 벗겨졌다.
포기하지 않고 여러 번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시다, 결국 원래 해주시기로 했던 방식으로 해주셨다.
그래도 이만하면 무탈하고 깔끔했다.

야매 숨고
부동산 실장님이 직접 장비를 들고 오셨다.
갈아야 하는 전구가 총 6개였다.
근데 5개만 가지고 오셨다.
나머지 한 개가 꼭 필요하냐고 또 물어보셨다.
이 와중에 전등 갓 하나를 화장실 안에서 깨뜨리셨다.
전등 갓을 꼭 씌우고 써야 하냐고 또또 물어보셨다.

변기랑은 한 시간 정도 씨름하시더니 GG치셨다.
숨고를 부르시겠다고 했다.

싱크대 수전은 원래 쓰다가 끄면 물이 좀 새는 거라고 하셨다.
같이 물이 멈출 때까지 기다렸지만 당연히 물은 계속 떨어졌다.
2년 전에 수리해 준 건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물이 많이 안 새는데(?)
이대로 쓰는 건 어렵겠냐고 또또또 물어보셨다.
난 이때 또 퓨즈가 나갔다.
A가 어제처럼 고쳐주세요^^라고 했다.

——

모든 사람들이 다 퇴장하고 나니 5시가 넘었다.
지칠 대로 지쳤지만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살 것 같았다.
오늘도 울었다…..
쓰바…디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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