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이틀 동안 주인공이 고등학생인 영화를 봤다.
지옥만세의 고등학생들은 환난의 시기를 통과하며 인간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면,
수린이는 어느 정도 중심이 잡힌 발칙하고 줏대 있는 청소년이다.
아빠와 이혼 중에 있지만, 그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엄마의 연애를 외도로 규정하고, 불의를 응징하기 위해 외도남을 찾아 나선다.
정작 외도를 저지르는 엄마를 지지고 볶는 게 아닌 걸 보면 그저 투정을 부리고 싶었나?
아니면 아빠-딸의 의리로 엄마의 삶에 훈수를 둘 수 없다는 걸 은연중에 깨달은 걸 수도 있겠다.
아무리 상상했던 상황이라도 직접 마주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인데,
한참 어른 남자인 외도남에게 맞서고 이에 더해 꾸짖을 줄 아는 용기도 유쾌하다.
그리고 꾸짖기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꽤나 애늙은이의 면모를 보이는데 이것도 관전 포인트였다.
슬픈 일이 닥쳐도 이내 배고파하는 수린이를 보며,
모두가 수린이 같이 중심이 있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아 서로를 긁어대지 않는다면, 건강한 세상이 될 텐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