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하고만 대화가 잘 통한다고 느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는,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하다 보니,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고 결론짓게 되었던 것 같다.
게다가 나는, 굳이 설득을 하지 않고 대화를 빠르게 마무리 짓는 성향의 사람이다 보니,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끝까지 대화해 본 적이 없다.
지금껏 기대도 없었고 그렇다고 생각이 다른 사람과 내 생각이 일치하게 되는 것을 원해본 적도 없었다.
L과 A와 나, 이렇게 우리 셋은 주로 생각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잘 통한다.
왜일까?
처음에는 합리적으로 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왜 그런 의견을 제시했는지 늘 알 수 있게끔 대화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리적이라는 게 정성적 기준이지 않나?
그렇다 보니 셋의 합리의 기준이, 운이 좋게 비슷해서 가능하게 된 건가 싶었다.
그런데 운이 좋다고 하고 넘기기엔 더 좋은 이유가 있을 것만 같았다.
이번 워크샵 내내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누면서, 어쩌면 대화의 패턴이 비슷해서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각자의 의견을 서로에게 관철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설득도 하지 않는다.
마치 VC 앞에서 발표하듯 상대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곁들여 설명할 뿐이다.
동감을 얻어내는 것에 실패하면 더 날카로운 이유를 찾으려고 하지 상대가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대화의 결론이 본인의 의견에 동의를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시작점이라는 암묵적 합의가 있다.
그래서 대화의 끝에 가보면 우리의 의견이 조금씩 섞인 새로운 무엇인가가 탄생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가 잘 통하는 건,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대화가 잘 통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이 있다.
이것을 알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