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한 흑백요리사를 정주행했다.
흑과 백의 요리 싸움이다.
사실 요리 보다는 기세와 짬의 경쟁에 가깝다.
누가 승리할런지.
반절 정도 진행된 지금까지는 짬의 우승이 확실해 보인다.
흑팀은 경쟁이라는 것에 집중하는 반면, 백팀은 요리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백팀에게 상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상대를 이기기 위한 요리를 한다기보다는 먹는 이로 하여금 어떤 맛을 느끼게 할 것인지에 주안점을 둔다.
본인의 요리가 더 맛있을 거란 자신감은 당연히 깔려있는 전제다.
반면 흑팀 요리사들은 이 경연이 마지막인 것 처럼 필살기를 쏟아낸다.
이해가 된다.
백팀은 일상으로 돌아가도 여전히 본인들의 요리에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겠지만,
흑팀은 살아남는만큼 자신들의 요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간절하면 촌스러운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요리 설명에서 흑팀 요리사들의 미숙함이 도드라진다.
심사위원이 생각지도 못한 요리를 만들어 냈을거라 상정하고 설명을 한다.
반면 백팀 요리사들의 설명은 간단 명료하다.
흑팀의 화려한 설명이 무색하게도 완성되는 요리를 보면 백팀 요리사들의 요리가 훨씬 더 창의적이다.
그렇지만 흑팀은 미숙한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엄청난 기세로 백팀을 위협한다.
기세는 정말 무서운 무기이다.
유효한 순간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모든 사람들은 요리의 맛으로는 어떤 임계점을 넘은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승리의 당락을 가르는 요소는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기본기, 마음가짐, 태도다.
여기서 짬의 진가가 드러난다.
일정 수준을 넘어선 요리는 취향의 단계로 접어든다.
사람마다 각자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맛있는 음식이란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요리의 맛 외에 요리의 매력도가 크게 작용한다.
백팀의 요리사들은 요리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들이다.
요리의 매력은 곧 요리사의 매력이기도 하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심사위원인 김소희 셰프가 예전에 이런말을 한 적이 있다.
자기의 요리가 정갈하고 깔끔하기를 원해서 본인을 정갈하고 깔끔하게 다듬는다고 했다.
정신없고 덜렁대는 사람의 요리가 정갈하고 깔끔할 수 있겠냐며.
백팀은 이게 무슨말인지 아는 사람들 같고 흑팀은 이걸 깨달아가고 있는 사람들 같다.
얼핏 백팀의 승리를 지지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나는 진심으로 흑팀에서 승리자가 나오길 바란다.
짬의 승리는 당연해서 재미있지가 않다.
기세가 승리하는 걸 보고 싶다.
어쩌면 내가 흑팀이어서일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