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7월 04일

사소한 것으로부터

By In DAILY

점심을 먹다 말도 안 되는 오타를 봤다.
스시&룰
스시 앤 롤 이어야 했을 텐데 버젓이 SUSHI & ROOL이라고 쓰여있었다.
이게 말도 안 되는 이유는 내가 점심을 먹고 있던 장소가 웨딩홀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몇년동안 오타가 수정되지 않을 수 있지?

어릴 때는 탐정처럼 옥에 티의 근원을 찾으려 했고,
이제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할 줄 알게 됐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 앞에는 (확률적으로)가 붙어있었다.
근데 오늘은 처음으로 이게 뭐 대수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그럴 수도 있지가 된 거다.

이런 별것도 아닌 사소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어른들은 주로 내가 예민하다고들 했다.
나는 반대로 어른들은 왜 그렇게들 둔하지 생각했다.
어른들이 깎아내려는 내 예민함을 지켜내겠다고까지 다짐했다.

그랬는데.
내 기준에 그럴 수 없는 것을 진심으로 그럴 수 있지라고 넘길 수 있게 됐다.
둔탱이 어른이 된 것이다.

그럴 수 있다의 마음이 뭔지 알고 나니까 이게 둔한 마음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공사가 다망해서 귀찮게 여기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게 아니라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이해할 수 없지만 일단 알겠다 넘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있는 걸 있는 그대로 두는 마음이었다.
키워내야 할 마음이 하나 더 생겼다.
왠지 이 마음은 잘 가꿔 놓으면 앞으로의 내 삶에 도움이 많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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