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밥을 먹다 혀를 대차게 씹었다.
빨리 챱챱챱 씹었다면 상처가 깊게 패이지 않았을 텐데 하필 저작운동도 느린 편이라 지긋이 질근 씹었다.
어떤 생각을 골똘히 하던 중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씹은 줄도 몰랐다.
나중에 통증이 밀려왔을 땐 너무 고통스러워서 바닥을 굴렀다.
눈이 번쩍 뜨였고 등에 식은땀이 나더니 눈물도 주룩 흘렀다.
별안간 바닥을 나뒹구는 나를 보고 A가 화들짝 놀라서 다가왔다.
나는 “혀!”라고 외쳤고 상태를 좀 보쟤서 혀를 내밀었는데 A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피가 많이 난다고 알려주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혀가 너덜 거리는 것 같아 구글링을 했다.
‘혓바닥 꼬매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둬도 된다는 사람도 있고 치과 가서 꿰매라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걸 믿어야 하나.
혀를 꿰맨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보통 2cm 이상 찢어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는 사이 피가 멈췄고 상처의 길이를 쟀다.
1cm 정도밖에 되지 않아 자연 치유를 하는 걸로 자체 진단을 내렸다.
너덜거리는 건 다행히 혀가 아니라 혀의 표피였다.
표피가 원래 자리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혀를 아래턱에 고정해놨다.
입안에는 혈류가 잘 흘러서 회복이 빠르다고 한다.
나의 혈류가 분발하길 바란다.
씹은 쪽의 혀에는 멍이 들었고 열도 난다.
혀의 열감에 오른쪽 턱까지 따뜻해졌다.
게다가 부어서 젤리를 머금고 있는 느낌이 든다.
혀에 멍도 들고 열도 나고 부을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래도 다행히 치아가 환부를 스치지 않는 이상 통증은 없다.
본의 아니게 묵언수행을 하는 날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