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친구와 만나 고수가 들어간 김치찌개를 먹었다.
김치찌개에 고수를 넣다니.
똠양꿍 같은 느낌의 퓨전음식이었고 집에서도 꼭 끓여먹어 볼 것이다.
그 후엔 산책처럼 광화문에 갔다.
아이돌 노래에 맞춰 반짝거리는 응원봉이 장관이었다.
8년 전엔 민중가요를 부르면서 행여 촛불이 꺼질까, 손등 시리게 촛불을 가리고 서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예쁘고 평화로운 시위가 있을 수 있냐며,
엄숙하고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던 그때에는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광경을 보면서 ‘라떼는’ 대화를 나눴다.
전봉준투쟁단이 맞춰온 무지개 떡을 받아서 먹으면서 걸었고, 나부끼는 깃발들을 구경했다.
옛날엔 시위를 나간다 그러면 쉬쉬하거나, 동참하기를 꺼려 하거나, 말리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었던 것 같은데,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를 떼창하며 걷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도감이 들었다.
시위에 참가하지 못할 때의 부채감을 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잠깐 시위 장소로부터 아주 먼 외딴 장소의 카페에 갔었는데,
산책하던 학교 사람을 우연히 마주쳤다.
8년 전 스쳐 지나간, 진짜 말 그대로 스친 인연이었는데, 서로를 기억하고 인사를 나눴다.
그분 역시도 시위에 다녀왔다며 자기도 나중에 같이 놀자는 인사를 뒤로하고 헤어졌다.
오늘에서야 어제의 일들을 곱씹어 볼 여유가 생겼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