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반이 되었다.
여섯 번 정도 했다.
겨우 여섯 번 밖에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꾸준히 하게 될 거란 걸 벌써 알겠다.
내가 가장 많이 지적을 받는 부분은 팔다리에 힘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팔을 뻗으라고 해도 힘을 주지 않으니 굽어있고 다리에 힘을 주지 않으니 허리를 돌리면 다리가 홀라당 같이 뒤집어진다.
그럴 때면 힘주세요~라고 혼이 난다.
어제는 선생님이 혹시 팔꿈치나 무릎이 아프냐고 물어보셨다.
심지어 통증이 의심되는 곳을 꾹꾹 누르면서 “여기 누르면 아프세요?”라고까지 하셨다.
결국 코어가 모자란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아픈 게 아니고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못했나 보다…
흐느적거리는 몸을 가지고 있으니 유난히 잘 되는 자세들이 있다.
예를 들면 나비 자세.
바닥에 발바닥끼리 붙이고 앉아서 상체를 숙이는 동작이다.
그 자세로 잠도 잘 수 있다.
내가 이 동작만큼은 정말 잘할 수 있다며 선생님 앞에서 뽐냈는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그건 유연한 게 아니라 헐거운 거라고 했다.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널부러져있는거라며…
그래도 여섯 번 정도 했더니 종종 칭찬을 듣는다.
원하는 부위의 근육에 힘을 넣는 방법을 조금은 터득한 듯하다고 하셨다.
칭찬에 힘입어 학구열을 불태웠다.
어릴 때 한창 유행하던 자세였는데, 코브라 자세라고, 엎드려서 팔을 쭉 뻗어 바닥을 밀어내듯이 상체를 들어 고개를 뒤로 젖히고 발가락으로 머리를 터치하는 자세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간헐적으로 시도해 보고는 있으나 몸이 도무지 뒤로 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다.
아무래도 뻣뻣한 허리를 타고난 게 아닐까 싶다며 선천적인 이유라는 나의 추측까지 같이 전달했다.
단칼에 문제는 허리가 아니라고 알려주셨다.
알고 보니 이 역시 헐거운 나의 몸 때문이었다.
어깨가 헐거워 뒤로 모으는 힘이 없어서 엎드렸을 때 팔을 뻗으면 뒤로 휘지 않고 푸시업하듯이 수직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해 주셨다.
나는 그동안 PT를 받아서 등 근육이 대단한 나머지 짱짱한 등판을 갖고 있다고 착각했다.
어깨를 모으는 힘을 길러야 된다고 하시면서 다음 주 수업에 연습 자세를 알려주신다고 하셨다.
30평생 데리고 살던 내 몸의 문제를 이제야 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