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렛일에 진심이면 벌어지는 일 2
허드렛일에 진심이면 벌어지는 일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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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가만히 있는 걸 못했다.
긴장도가 높은 편이라 집이 아닌 곳에선 쉴 줄 몰랐던 것 같기도 하다. (아직도 터득하지 못했음)
초등학교를 처음 들어갔을 때, 학교는 수업 듣는 것 외에 할 일이 되게 많은 곳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라떼는) 석유난로였기 때문에 기름을 받으러 1층 창고에 다녀와야 했고 각 반에 배급되는 우유를 가지러 매일 아침 급식실을 가야 했다.
그 외에도 나무 바닥에 가시가 일어나지 않게 왁스 코팅도 주기적으로 했는데 할 때마다 손에 가시가 박혀 보건실에 갔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런 일들을 하는 것이 굉장히 기꺼웠다.
학교에 온 이상, 가만히 앉아서 풍경을 바라보며 정취를 즐길 수도 없을뿐더러 친구들은 철 없이(ㅋㅋ) 너무 시끄러웠다.
그렇게 이도 저도 아닐 바에는 뭐라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이 “우유 가지러 갈 사람?” 하면 제일 먼저 손을 들었다.
“석유 가지고 올 사람?” 하면 또 바로 손을 들었다.
뭐든 다 한다고 했다.
어차피 애들이 귀찮아하는 일이니까 아무 상관없는 내가 하는 게 십분 낫다 생각했다.
당연히 선생님 눈에 띄었고 ‘헤르메스’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은 사람은 알겠지만 헤르메스는 전령의 신이다.
각 반을 돌아다니면서 공문을 배달했다.
우리 반에서 다른 반으로 심부름을 가면 그 반 선생님이 다른 반으로 보내는 공문을 내게 맡겼다.
수업 종이 울려도 교실로 바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다.
텅 빈 복도를 도도도도 달리는 기분이 얼마나 자유로운지 모를 거다.
우유를 가지러 갈 때도 석유를 받으러 갈 때도 괜히 해 한 번 더 쬐고 들어가면 특권을 누리는 기분이 들었다.
더불어 착한 어린이, 배려하는 어린이 타이틀까지 얻으니 나는 더더 좋을 일 밖에 없었다.
물론 시기 질투도 있었다.
착한척한다고 하거나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골라 한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맞아 나 착한척해~ 하고 넘겼었다.
중학생 때 하루는 어떤 친구가 점심시간 이후 체했는지 교실 바닥에 토를 하고 말았다.
모두들 어떡하냐며 발만 동동 굴렀다.
나는 신생아 때부터 멀미가 심해 토를 자주 했었다.
토사물을 보고 치우는 것에 능숙했다.
덕분에 아무렇지 않게 치울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나를 향한 시기 질투는 싹 사라졌다.
나는 그저 할 일이 눈에 보여 했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는 사람이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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