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그런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보름달 같은 사람이 될 기회가 주어졌다.
어제의 송년회는, 4분기부터 운영진이 된 후 처음으로 맞이한 큰 행사였다.
운영진은 5시 30분부터 준비했고, 7시부터 시작된 회식은 12시까지 가득 채우고 마무리되었다.
장장 6시간 30분의 행사가 끝나고 나니 녹초가 됐다.
사람들은 회식 장소가 조금 으슬으슬하다고 했는데,
나는 긴장을 해서 그런지 땀이 한 바가지가 났다.
씻고 침대에 눕자마자 잠에 들어버렸다.
꿈도 안 꾸고 푹 자고 일어나니 개운했다.
지금까지는 소진되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나의 일부가 깎여나간다고 느꼈다.
여전히 그렇게 느껴지긴 한다.
그래서 깎여나간 것들을 다시 날 세우는 시간을 꼭 가졌었다.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땐, 그냥 조금 뭉툭해진 채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이가 나간 초승달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