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유일하게, 그렇지만 강력하게 힘들었던 건 건조함이었다.
수건에 물을 묻혀 옆에다 놓고 자도, 이불 빨래를 해서 옆에다 널고 자도, 코에서 계속 마른 피가 났다.
마스크를 하고 자면 되긴 했을 텐데 그러면 잠을 못 잤을 거라 그냥 코와 목이 아픈 걸 선택했다.
두번째 밤을 지내고 나서 바로 집으로 돌아오는 날에 맞춰 가습기를 시켰다.
두 밤까지는 괜찮았는데 세 밤째가 고비였다.
기관지가 약해진 상태에서, 고층 숙소에서 지내서 그런지, 감각들이 예민해졌다.
감기 기운이 돌고 멀미가 났다.
숙소 뒷정리를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혼자 밖으로 나와 산책을 했다.
바깥공기를 쐬고, 해를 쬐니, 안 좋던 컨디션이 금세 올라왔다.
그렇지만 이미 한번 나빠진 컨디션에, 돌아오는 기차에서까지 내내 비몽사몽했다.
집에 도착하니 문 앞에 가습기가 놓여있었다.
가습기를 닦고 침실에다 틀었다.
그제야 여행이 끝났다는 게 실감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