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부터 현재 당산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사촌 언니가 선물로 준, 고무나무 화분이 있다.
모든 화분이 다 죽었는데 얘만큼은 쑥쑥 자라고 있다.
어느 날부터인가 잎이 노래지면서 하나씩 툭툭 떨어졌다.
찾아보니 과습이거나 가뭄 일수 있다고 했다.
이게 무슨.. 과습이면 과습이고 가뭄이면 가뭄이지.
어쨌든 과습과 가뭄의 양상이 비슷하니,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실험뿐이었다.
물을 줬다가, 알고 보니 과습이어서, 흙 속에 곰팡이가 펴버리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서, 가뭄을 택했다.
장마철이어서인지 아니면 에어컨을 빵빵 틀어서인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화분이 미적지근한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다 비가 안 오는 날이 이어지면서 이파리 두 개가 짧은 시일안에 연속으로 떨어졌다.
가뭄이 든 게 확실해졌다.
얼른 화분이 촉촉해지도록 물을 줬다.
기분 탓인가?
이파리가 금세 빳빳해진 것 같다.
자리가 없어 서버실로 쫓겨난 화분도 시름시름 앓고 있다.
거기도 과습인 줄 알고 물을 안 줬는데 다시 물을 줘봐야겠다.
특히 마음에 여유가 사라지면 무의식적으로 무심해지기 때문에,
여유가 모자란 기분이 들면 의식적으로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다정하게 행동하려고 한다.
그것의 일환으로 화분 물 주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고무나무가 아파서 조금 속상하지만 덕분에 환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