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동이 틀 때까지 술을 마시다가, 누군가 이 음악을 틀면 나는 어김없이 잠에 들었다. 아직까지도 잠이 오지 않으면 이걸 튼다. 물론 그때처럼 순식간에 잠들진 않지만 신기하게도 끝까지 들었던 기억은 없다. 아무래도 나를 재우는 음악이 맞는 것 같다.
한동안 불면증으로 고생했을 때도 도움을 받았다. 혼자 잠들어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음악을 틀었다. 반복 재생을 해두고, 자장가를 틀었으니 나는 분명 잠들 수 있을 거라고 주문을 외웠다. 몇 번째 재생에 잠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듣다가 잠들었으니 나를 재웠다고 생각해버릴 수 있었다.
버팀목 같은 음악을 만들어준 칼라 블레이가 최근 생을 마감했다. 오랜만에 맨정신으로 앨범 전곡을 들었다. 뜸해진 카톡방에 소식을 전하니 친구도 이미 앨범을 듣고 있었다. 우리의 추모가 그녀의 영원한 평안에 닿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