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돌아오는 길에 백발의 할머니와 말을 주고받을 일이 생겼다.
앞에서 걸어가시던 할머니께서 뒤를 확! 돌아보시는 바람에, 뒤따라 걷고 있던 나와 A가 화들짝 놀랐다.
할머니는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져서 돌아봤는데 괜히 놀래켰다며 미안하다 하셨다.
우리 놀라는 소리에 할머니가 안 넘어지셔서 다행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집으로 들어오는데
할머니께서 뒤따라오셨다.
설마 이 동네 사시나 했는데 심지어 우리 동 우리 호수까지 쫓아오셨다(?)
I 할머니이신지 머뭇머뭇 오시길래 “여기 사시나 봐요. 저희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어요~”하며 문을 열어드렸다.
엘리베이터도 같이 탔다.
우리 층 먼저 눌렀는데, 할머니께서 바로 아래층을 누르셨다.
이사 정리 다 끝나면 인사드리러 갈랬는데 이렇게 마주치다니.
할머니 혹시 XXX호 사세요? 여쭸더니 맞다신다.
저희 바로 위층인데 요새 좀 시끄러웠죠? 이사하느라 그랬어요. 죄송해요.
갑자기 할머니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손을 덥썩 잡으셨다.
사서 들어왔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에 살던 사람이 분명 문제가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이렇게까지 반가워하시다니.
아까까지만 해도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시던 분이 맞나?
우리 셋은 할머니 층에 내려 대화를 이어갔다.
전 세입자가 새벽 2시에 문을 쾅쾅 닫고 들어와, 운동을 하는지 쿵쿵 거리며 온 집안을 돌아다녔다는 얘기를 들려주셨다.
관리소에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요 근래 너무 조용하길래 이사 나갔나 보다 했는데 이사 들어온 줄 몰랐다고 하셨다.
우리가 세 들어 산다니 아쉬워하셨다.
사서 들어왔냐는 질문 하나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