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한양대 앞 어떤 카페에서, 좌식 자리가 빈 곳이 없어서, 바 테이블의 높은 의자에 걸터앉아, 작은 노트북 모니터를 보면서, 웹 요소를 이리 옮겼다 저리 옮겼다 하며 필름업을 만들었다.
그날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셋이 하루종일 붙어서 서비스 하나 만들었다.
그때는 웹 서비스에 대해 1도 몰랐을 시절이고, 경험이 없으니 자신감도 없어서, 모든 판단이 느렸다.
이게 맞나 저게 맞나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그렇게 몇시간을 꼼지락해서 영화제 리스트와 캘린더, 이렇게 두 페이지를 완성했다.
5년이 흐른 오늘은, 그때와는 달랐다.
일단 사람이 달라졌다.
특히 나.
그동안 많이 배웠다.
이제는 웹을 보면 요소를 한눈에 구분할 수 있다.
뭐가 좋은지, 어떤 게 부족한지 대번에 느껴진다.
판단이 필요한 순간에도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해보고 맞는지 아닌지 본다.
이게 경험이 쌓여 갖게 된 자신감이겠지.
세월이 흐른 만큼 강력한 툴도 생겼다.
L의 말마따나 적당한 타이밍에 기술이 생겼고, 그 타이밍과 우리의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다.
5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이번엔 서비스 하나를 거의 다 만들어간다.
아~ 얼마 만인지.
이렇게 속도감 있게 만드니까 신이 난다.
일을 뱅글뱅글 돌리는, 말장난 같은 업무용 대화로부터, 해방감까지 느꼈다.
가타부타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게 이렇게나 속 시원할 줄이야.
진짜 오랜만에 일하는 게 재미있었다.
(큰 위기감도 느꼈지만 오늘의 신남에 초 치기 싫어 메모만 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