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일기에 우리집 가풍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을거다.
인사에 진심인 집이라고 했었던 것 같다.
나는 어느새 서울깍쟁이가 되어 엘리베이터를 타면 벽을 바라보고 선다.
어차피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주고받지 않을뿐더러, 괜히 눈이 마주쳐 인사를 건네면 돌아오는 건 휙~하고 돌아가는 고개뿐이기 때문이다.
아랑곳 않고 인사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서울 엘리베이터의 미덕은 외면이구나 했다.
아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오피스텔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목포 숙소는 주상복합 39층이었다.
올라가든 내려가든 엘리베이터를 타면 무조건 이웃 주민이 탔다.
늘 그렇듯 벽을 바라보고 섰는데 엘리베이터에 타는 주민분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셨다.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안녕하세요!”했다.
갑자기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왜인지 모르지만 너무 신이 났다.
엘리베이터에 타는 사람들에게도 먼저 인사를 건네고, 아기가 타면 아기랑도 놀았다.
오후엔 케이블카도 타러 갔는데, 유달산 중턱에 내려 정상에 올랐고, 정상을 스쳐 지나가는 케이블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못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면 모두 활짝 웃으면서 같이 손을 흔들어줬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넉넉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