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5일

따라쟁이

By In DAILY

원래는 퇴근 후 조커를 보러 갈 셈이었다.
하던 일에 탄력이 붙어, 조금만 더, 하나만 더 했더니 금세 저녁 9시 반이 넘어버렸다.
영화가 1시간 반 정도만 됐어도 심야를 도전했겠지만, 2시간 20분이나 하는 영화를 이 체력으로 볼 수는 없었다.

내일 새벽같이 출근할 요량으로 일찍 씻고 자려 했는데 A가 나갈 채비를 했다.
리프팅 100개를 하고 올 거란다.
이야.
정신력 대박.
쫌 멋진데.
그렇다면 나도 따라 해야지.
안 그래도 어제 혼자 나갔다 오는 A를 보면서 이미 구미가 당기던 참이었다.

부지런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마침 축구장이 텅 비어있었다.
전 팀이 일찍 퇴장했나 보다.
잔디 축구장은 처음이라, 텅 비어있는 곳은 아마 앞으로도 뛰어 볼일 없을 것 같아서, 활개를 쳤다.
안개가 싹 깔린 잔디에서 2대 1 패스도 하고 패널티킥도 차보고 로빙패스도 마음껏 했다.
결국 문 닫을 시간이 되어 쫓겨나긴 했지만.
굴하지 않고 가로등 불빛 아래 원래 하려고 했던 리프팅까지 완료했다.

침대에 누워서 상상만 할 때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운동하는 멋진 어른이었는데,
막상 하고 보니 영락없는 초딩 남자애였다.
쩝.
얼마나 많은 것들이 이렇게 만만할까.
또 누굴 따라 해볼까.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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