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참 요상한 해다.
남들은 많이들 하는, 나는 못 해본 걸 엄-청 많이 하고 있다.
렌즈도 그 일환이다.
역시나 쉽지 않았다.
렌즈가 자꾸 손가락에 끝에 붙었다.
렌즈가 말라서 식염수에 담갔다가 꺼냈다.
식염수가 다 말라버릴 때까지 반복했다.
나중에는 눈이 시려 눈물이 났다.
눈이 뻘개질 때까지 눈알을 만지고 나서야 실수처럼 들어갔다.
한쪽이 들어가니까 더더욱 포기할 수 없어졌다.
렌즈를 빼는 것도 무서워서 차라리 넣는 게 나았다.
한쪽 눈은 선명해지고 한쪽 눈은 뿌예서 어지러웠다.
몇십 분을 붙잡고 있으니까,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마구 마구 넣다 보니까 또 실수처럼 들어갔다.
눈을 몇 번 꿈뻑거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이게 광명을 얻는다는 거구나.
안경을 쓰지 않았는데 멀리 있는 책 제목이 보였다.
안경테가 걸쳐지는 귀에 무게감이 없는데 눈이 잘 보이다니.
너무 시원했다.
나는 뿌연 세상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어쩌면 안경을 싫어했던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물감이 딱히 불편하진 않았는데 눈이 건조해지니까 렌즈가 구겨졌다.
아직 인공눈물을 넣을 줄은 몰라서 구겨지는 채로 뒀다.
빼면 되는데 빼는 것도 난리 통이어서 빼지도 못했다.
가끔 구겨지지만 대체로 선명한 세상을 마음껏 즐기다가,
잠들기 전에 또 몇십 분 고생하며 렌즈를 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