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미니멀리스트는 마음먹는데만 연단위의 시간이 걸린다.
진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옷을 버려도 보고, 옷 접기 방식도 바꿔보고, 바구니를 사다 다른 계절 옷을 담아놔보고, 이불을 담을 이불 주머니를 사보고, 쓰던 책상을 방으로 옮겨 책상 아래 공간을 수납공간으로 만들기도 해보고.
가구를 더 들이지 않겠다는 필사의 노력을 했지만 나의 참패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리 집에 와본 사람이라면 뉴 옷장 소식을 듣고 박장대소하면서 도대체 둘 곳이 어디 있어?라고 되물을 것이다.
같이 사는 타칭 맥시멀리스트 자칭 옵티멀리스트 A의 만행이냐고 묻겠지만 놀랍게도 내가 2년 만에 설득된 것이다.
나는 이사 갈 때 불편할까 봐 짐을 늘리지 말자고 주장해왔다.
근 몇 년간 빨래대에 널어진 옷을 입거나 개어둔 옷은 옷방 책상 위에 두면서 깨달았다.
이게 이렇게 미련하게 버틸 일이 아니었다.
화장실 문 페인트도 사놓고 몇 달이 흘렀는데 이번 연휴에 꼭 칠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