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8월 07일

꿈이었나?

By In DAILY

가끔 어떤 밤에는,
외대 뒷골목에 있던 원더러스트나, 한강진 산 중턱에 있던 시가바나, 하염없이 걷던 이태원과 녹사평 거리, 누하동에 있는 참 등을 떠올리곤 한다. 아무 말 않고 의자에 기대어 앉아 술을 홀짝이는 것도 좋았고 빈틈없이 조잘거리는 것도 좋았다. 그런 시절이 지났다는 사실이 울적할 때가 있다.

꿈이었나 싶을 땐 사진첩을 열고 사진을 한 장씩 넘긴다. 맞다. 그랬었지. 여기도 갔었지. 사장님 몰래 한 모금씩 나눠 마신 오렌지 맛 독주가 기억난다. 누구 생일이었던 것 같은데. 종로 오뎅바도 맛있었다. 강 건너에 있는 트러플 스프도 처음 먹어보는 비싼 맛이었고 자전거를 처음 타서 턱이 깨진 날 서울숲에 가서 마신 맥주도 시원했다. 영화도 줄창 봤었는데. 책상 아래 취해서 남긴 낙서도 여전히 있겠지? 없어졌으려나? 뭐라고 썼더라.

나는 아직도 그 시절 음악을 듣는다. 듀스의 말하자면과 에리카 바두의 핫라인 블링의 믹스를 들었을 때 주고받았던 눈빛도 생생하다. 휘트니 휴스턴 노래랑 어떤 한국 노래 믹스도 되게 좋았었는데 까먹었다. 나쁜 이야기로 얼룩져버린 어디 지하 공연장에서 들었던 노래도 후덥지근한 사브리나 클라우디오도 내내 챙겨 듣는다. 워크샤이를 듣는 계절이 왔으면 바라게 되는 끈적한 여름밤이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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