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엄마에게 줄 올리브유와 동생에게 줄 메시 유니폼을 사왔다.
경주에 내려갈 때 꼭 챙겨야지 하며 몇 번을 되뇌었는지 모른다.
유니폼은 담아놨고 올리브유는 눈에 보이는 곳에 있으니 놓고 갈 일은 없겠다 자신했다.
그리고 꼴랑 노트북만 챙겨 내려갔다.
6살이었나 7살이었나.. 이가 처음 흔들렸다.
어린 인생에 그보다 더한 공포는 없었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이를 뽑기 전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도 이를 처음 뺄 때 많이 무서웠는지.
돌아온 대답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였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무서운 경험이 기억이 안 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내가 겁에 질릴까 봐 경험을 공유해 주지 않거나 대답해 주기 귀찮아서 말을 안 해준다고 생각했다.
왜 기억이 안 나냐고 되물었더니 어른이 되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말도 안 돼.
어른은 어린이보다 훨씬 똑똑한데 기억을 못 할 리가 없다.
그러고는 심술이나서 나는 내 딸이 처음 이를 뽑을 때 엄마는 얼마나 무서웠냐고 물어보면 엄-청 무서웠다고 대답해 줄 거라고 다짐했다.
다른 이가 흔들릴때마다 그리고 인상적인 추억이 쌓일때마다 이렇게 기억이 선명한데 어떻게 기억이 안날 수가 있지?
분명 엄마는 내 질문이 귀찮았던거야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은 무슨.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도 잊어버리는 마당에.
문득 그때 기억이 나서 혼자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어른이 되어보니 어른은 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