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명확한 이유가 없을 때 기분 탓이라고 설명한다.
뭔가가 느껴지긴 하는데 상대를 설득할 만한 명분이 없을 때 머쓱해하며 하는 말이다.
기분은 가만 들여다보면 언제나 이유가 있다.
다만 이유가 너무 사소해서 자칫 말로 꺼냈다가는 예민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괜히 예민한 사람으로 낙인찍혔다가는, 이성을 잃은 사람 취급을 받기 십상이라, 위트 있게 기분 탓이라고 하고 넘겨야 한다.
오늘도 우리 집 건물에 들어서는데, 건물이 시무룩해 보인다고 하면, 분명 내가 예민해서라고들 할 것이다.
예민한 게 맞겠지.
그러니까 느끼겠지.
불 꺼진 1층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윗집, 아무도 오르락내리락하지 않는 복도, 비어있는 주차장 한 칸 이런 것들이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일찍 닫았나 보지, 어디 놀러 갔나 보지, 마침 못 들었나 보지, 다른 데다 차를 댔나 보지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그렇다면 아무래도 기분 탓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