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 투어를 다녀왔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세 시간을 넘게 죽은 듯이 잤다.
메르세 축제라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큰 축제가 오늘 끝나는 날이라,
성대한 불꽃놀이가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고 해서 보러 가고 싶었지만,
몸을 일으킬 수 없게 녹초가 됐다.
8시 20분부터 시작된 투어는 총 5곳을 방문했다.
9시간 정도 소요됐고 가우디의 건축물을 연도별로 따라가는 흐름이었다.
초기작부터 완성되지 못한 유작, 사그라다 파밀리아까지 시대 배경과 건물에 대한 해석까지 들으니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갓 지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촌스럽지 않아서, 그제와 어제는 지나다니다 힐끔 눈길이 가는 정도의 건물이었는데, 그게 가우디가 지은 건물이라니!
이렇게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건 천지차이다.
투어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곱씹으며 복기해 봐야지.
하이라이트였던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대해서만 짧게 얘기해 보자면 완공되는 해에 무조건 다시 방문할 것이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성당 내부로 들어오는 빛의 모양은 신의 은총이 이런 건가 생각하게 했다.
그저 빛의 색만 바뀌는 게 아니고 빛이 부드럽게 번지면서 분위기가 황홀해진다고 해야 할까.
그 외에도 건축은 자연과 어우러져야 한다는 그의 신념, 규모가 주는 압도감, 건물 내외부의 모든 것들이 대단했다.
어떤 미사여구를 사용해도 그 대단함은 절대 표현할 수 없다.
꼭 직접 봐야 한다.
가우디가 천재래서 천재구나 했는데 진심으로 믿게 됐다.
당분간 그를 넘어설 천재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가우디의 모든 건축물에는 용이 있다. 그래서 가우디의 용을 문신으로 새기고 싶어졌다.
가우디가 영감을 받았던 두 자연이 있다.
해변인 바르셀로네타와 산인 몬세라트다.
해변은 내일 갈 거고 산은 모레 갈 거다.
오랜만에 소풍을 기다리는 초등학생의 기분을 다시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