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09일

시곗줄

By In DAILY

최근 나의 전 사장님이시자 A의 언니인 T(로 지칭하겠음)가 집에 놀러왔다.
내가 애플워치를 차고 있는 걸 보고 놀라워했다.

그럴 만도 한 게 그 시절(사업 전)의 나는, 휴대폰도 잘 안 들여다봤고, 시간은 해가 떠있는 방향으로 파악했었다.
알람이 울리고, 동이 트면 후다닥 씻고, 따릉이를 타고 1시간 30분을 걸려, 장한평에서 신촌으로 출근을 했다.
일을 하다 보면 해가 졌다.
그러면 갈 때가 됐구나 싶어 하던 걸 마무리했고, 다시 따릉이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주말엔 침대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았다.
다시 월요일이 돌아와 몸을 일으켜야 할 땐, 너무 오랜만에 움직이는 바람에 골반에서 뚝뚝 소리가 났다.
약속이 있는 주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해가 떠서 눈이 떠지면 바로 씻고 약속 장소 근처의 카페에 미리 가 있었다.
그때는 아침대신 커피를 마시던 때라, 아침 먹을 겸 어차피 외출할 겸 길을 나섰다.
그렇게 정해진 시간과 무관하게, 멋대로 살았었다.
사람들은 악세서리로도 시계를 찬다던데.
나는 발리에서 사 온 팔찌 여러 개를 차고 다녔기 때문에 그마저도 필요 없었다.
무겁고 거추장스럽고 시간에 속박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시계를, 대체 왜 차지 싶었다.
그랬던 내가 시계를 차고 있으니 새삼스러웠을 것이다.
새삼스러워하는 T를 보니 나도 내 스스로가 새삼스러웠다.
시간도 연락도 확인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인생이, 얼마나 자유로운 거였는지.
운이 좋았다.
그렇게 살 수 있었다니.

오늘 아침에 가방을 메다 시계가 가방끈에 걸렸는데, 툭 하고 시곗줄이 끊어졌다.
시계를 찬 지 3년이 되었으니, 3년 만에 끊어진 것이다.
그 김에 시계를 바라보다 엊그제 일이 떠올랐다.
내가 시계를 다 찬다.
시계를 차는 인생도 나름 만족스럽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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