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요란한 구석이 있는 사람으로 그런 면을 갖고 있다는 게 쑥쓰러웠다.
가족들 중(친척 포함) 나같은 캐릭터는 아무도 없었고 유난스럽다는 얘기를 듣고 컸다.
그렇게 선비같은 집안에서 진중해지는 교육을 받았다.
섣불리 입 밖으로 내지마라.
신중해라.
일희일비 하지마라.
숨기지 않는 선에서 굳이 드러낼 필요는 없다.
빈수레가 요란하다.
말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기대감은 혼자 품고 있다가 이뤄지면 공유해라.
행운은 시끄러우면 달아난다.
정-말 이해가 안 갔지만 어쨌든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실수를 한다.
나는 피에서 딸기맛이 난다고 허세를 부리는 멋쟁이 어린이였고,
드러내는 일은 실수를 유발하는 촌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조용히 속으로 삼키는 게 세련이라고 믿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가는 게 아니라 반밖에 못 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 반은 나의 노력이 아니라 남의 실수로 얻어걸리는 거라 그저 머무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실수는 좀 저질러도 되고 세련은 완벽함이 아니라 개의치 않음에서 오더라.
여느 인플루언서들처럼 인생의 레버리지를 땡기기 위해 뒤늦게 드러내기를 해보려고 시작은 했는데.. 쉽지 않다.
다행히도 내 안의 요란함은 언제든 떠들 준비가 되어있다.
다만 이걸 유려하게 밖으로 내보내는 방법을 모르겠다.
장기를 갈고닦아왔었더라면 좋았으련만.
아닌가 이렇게 써재끼는 글도 누군가는 즐겁게 읽고 있으려나.
내가 또 원대한 시작이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나.
(친구에게 드레스를 양보하는 내 스스로가 기특하다고 자아도취하던 초1의 나.
신사복을 입는 게 기꺼웠는데 그걸 양보라고 착각했더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