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 고민은 한 번도 해결된 적 없어 각설이마냥 죽지도 않고 돌아온다.
그렇다.
10년 전에 쓴 비공개 네이버 블로그 일기도 수치가 극에 달하면 삭제해버리곤 하는데 대체 무슨수로 수치를 견디겠나.
이럴 때일수록 솔직해져야 한다.
나는 왜 취향을 전시하려하는가?
유명해지고 싶으니까.
유명해지면 뭐가 좋지?
인프라가 생기니까.
인프라가 생기면 뭐가 좋지?
힘을 덜 들이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역시 뭔가를 쉽게 얻으려면 지난하고도 기약없는 고통의 시간을 걸어야한다.
결국 쉽게 얻는 건 없다.
나는 더 나은, 더 멋진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사람이다.
어릴 때는 나이 많은 언니들을 따라 해왔고 성인이 되어서는 무작정 모든 것을 읽고 보고 경험하려 했다.
지금껏 꽤나 큰 폭의 성장을 해왔다고 자부했는데 어째 혼자의 한계를 조금씩 느낀다.
취향은 참 아이러니한 게 사람을 세련되게도 해주지만 동시에 고리타분하게 만든다.
반복적인 동일 선택이 강화되면 탐색하느라 넓혀가던 경험의 저변이 점점 좁아진다.
아침 출근길 플레이리스트만 해도 그렇다.
몇 년째 같은 음악이 나온다.
그러다 한 번씩 고수한잎(음악을 잘 트는 쌀국수도 맛있는 상암 맛집)이나 가야 새로운 노래를 하나씩 얻어오게 된다.
혼자 느긋하게 음악을 디깅할 시간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우연히 만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만약 내가 내 취향을 전시하길 좋아해서 비슷한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다면
지금쯤 출근길 플레이리스트엔 어떤 새로운 음악이 들어있었을까?
그 음악들이 더 좋았을지 그저 그랬을지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지금과는 달랐을거다.
그리고 다름을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취향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는 면에서 무조건 좋았을 것이다.
오늘은 주간회의를 하는 월요일이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화요일이 되기 1분 전이어서)
취향을 전시하는 것만으로도 나와 맞는 사람을 모을 수 있다는 L의 말이 마음에 불을 지폈다.
사람이 필요한 일을 하면서 아직도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직 한참 모자라다 싶지만,
L과 A와 같이 마음먹은 이번 기회를 확실히 붙잡아 볼 예정이다.
그나저나 언제쯤 인사이트가 담긴 아티클을 작성할 수 있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