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집을 갖게 되면 거실 가장 큰 벽면에 책장을 짜서 두고 싶다. 그리고 그 앞에는 책 읽기 좋은 쇼파를 둘 거다. 낮에는 쇼파쪽으로 햇빛이 들어 따뜻할 거고 나는 거기에 거의 눕듯이 앉아 하루 내내 책만 읽을 거다.
어릴 때는 책을 먹어치우듯 읽었는데 이제는 시간을 쪼개 읽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마저도 한두페이지 읽을라치면 머릿속에서 문장들이 날아다녀서 덮어버리곤 한다.
나의 엄마도 젊었을 때는 헤비 리더였다. 경주 집에 내려가면 거실 한 면을 가득 채우는 책장이 있다. 심지어 책이 앞뒤로 두 권씩 겹쳐있기도 하고 세로 쓰기가 되어있는 문학 전집도 있다.
엄마는 나와 동생을 키우고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통 책 읽기가 버겁다고 했었다. 눈도 침침해지고 책을 읽고 있을 여유도 없다면서. 그때는 엄마가 변명을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내가 엄마의 나이가 되어가면서 엄마의 말이 이해가 간다. 엄마도 내가 지금 하는 상상을 하면서 여유롭게 책을 읽고 싶었을 텐데 어린 나의 질문이 악의가 없었지만서도 날카로웠겠다 싶었다. 지금 누가 나더러 읽으면 되지 변명하지 말라 그러면 달리 할 말이 없이 슬퍼질 것 같다.
작년부터인가? 엄마가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보고 반납하는 루틴이 생겼다. 종종 재미있게 읽은 책에 대해 얘기해 주기도 하고 저-번에 경주 내려갔을 때 독서대에 책이 꽂혀 있는 걸 보기도 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면 나도 내 로망이 실현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참으로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