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무엇이든 가득 차 있는 창고 같은 도시다.
그래서 어딜 가든 갑갑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부분의 지방 사람이 그렇듯, 나도 합격한 대학교가 서울에 있어서, 서울에 살게 되었다.
다행히 개발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서울 외곽 쪽에 학교가 있었던 덕분에, 매스컴에 나오는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진 못했지만, 첫 서울 생활을 체하지 않고 소화할 수 있었다.
기숙사 뒤편에 있는 천장산을 오르기도 하고 홍릉 수목원에 가는 등 도보 왕복 3-4시간 거리를 하염없이 걸어 다녔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할 때,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기도 한데, 조건이 자전거로 출퇴근이 가능한 곳인가였다.
당시 연예 기획사에 들어가고 싶었고, 민희진님 팀에서 일해보고 싶기도 했고, 자취방에서 자전거로 20분 거리에 있었던 SM에만 입사지원서를 냈다.
운이 좋게 대면 면접까지 보게 되었는데, 면접날 따릉이를 타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갔다..ㅎㅎ
여러 우여곡절 끝에 얻은 첫 직장은 신촌에 위치해있었다.
그때 자취방은 장한평 쪽에 있었다.
자전거로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었는데, 따릉이로 출퇴근했다.
3-4시간씩 자전거를 타면 힘들지 않나 싶지만, 매일매일 한강이라도 가지 않으면 갑갑해서 살 수가 없었다.
나름 성공적으로 사회인이 된 지금은 어렸던 옛날과는 다르다.
서울을 견디는 방법도 터득했고 자연을 건강하게 그리워할 줄도 알게 되었다.
사무실에서 환기를 할 때 문득 느껴지는 바람 냄새를 즐기거나, 가끔씩 갖게 되는 뚜벅이 기간에 굳이 종묘를 가로질러 다닌다거나, 주말에 공원으로 산책을 가기도 한다.
가장 소중한 시간은 퇴근길이다.
집으로 가는 길이어서가 아니라, 퇴근길에 안산 자락 쪽을 스쳐 지나가는 3분짜리 코스가 있기 때문이다.
비나 눈이 심하게 오지 않는 이상, 차의 모든 창문과 선루프를 열고 그 길을 통과한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겨우 숨만 들이쉴 뿐인데도 개운해진다.
아무래도 촌사람은 숲 냄새를 맡고 살아야 하는구나 싶다가도 이만하면 나름 서울살이도 할만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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