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과 수학여행의 조합은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
우리 모두 영원히 불안할 것이다.
영화는 그 불안을 향해 정속 주행한다.
너와 나는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세미가, 심사가 복잡해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는 하은이를 어떻게든 데려가 보려고, 고군분투하는 영화다.
세미는 하은이가 넓은 들판에 죽어있는 꿈을 꾸고 나서 고백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인생이란 언제나 그렇듯 마음먹은 대로 하기 쉽지 않다.
하은이를 수학여행에 데려도 가야 하고, 수학여행에서 쓸 돈도 같이 마련해야 하고, 하은이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도 질투해야 하고, 다른 친구들이랑 빙수도 먹고 코인노래방도 가야 하고, 하은이 다리를 다치게 한 잘생긴 오빠도 처단해야 하고, 의문의 대학생 오빠도 응징해야 하고, 길 잃은 강아지 주인도 찾아줘야 하고, 주인을 만나서 사연도 들어야 하고, 하은이가 키스하고 싶다고 한 ‘훔바바’도 찾아내야 한다.
해야 할 게 너무 많다.
이 모든 걸 해내는 동안 세미는 무럭무럭 자란다.
자기 마음을 말하는 것에만 급급했던 세미는 하은이의 마음을 들여다 볼 줄 알게 되고 그 덕분에 하은이 대신 본인이 누울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중요한 존재는 동물이다.
죽은 제리와 살아 숨 쉬는 조이, 부유하고 있는 준식이까지, 그들을 통해서도 생과 사를 아우른다.
영화 속 시간은 겨우 하루일 뿐인데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영원 같다.
누구든, 언제든, 사라질 수도, 존재할 수도 있다.
흩어질 듯 뿌연 화면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의미를 달리한다.
사랑이 시작되는 탄생의 순간인 줄 알았더니 어느새 삶과 멀어진 영원한 이별이 되어있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목도한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누워있는 게 나일 수도, 숨 쉬고 살아가는 사람이 너 일 수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