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에서 거의 4시간 동안 풋살을 했다.
팔에 반팔 옷의 선이 은근히 생기기 시작하길래 화끈하게 민소매를 입고 갔다.
기왕 태우는 거 팔 전체를 다 태우자 싶어서.
의지가 강하다고 해야 할지…
월드컵 풋살장은 A, B, C 이렇게 3면이 있는데 4시간 동안 단 한 팀도 오지 않았다.
관리자님 말씀으로는 절대 펑크 내지 않을 팀이 있는데 심지어 그 팀마저도 안 오는 날씨인가 보다 하셨다.
이 정도 무더위였다.
더위를 먹지 않고 풋살을 할 수 있었던 건 스프링클러 덕분이었다.
그 아래에서 물줄기를 쫓아다니면서 물을 맞았다.
반팔 옷 선도 사라졌고 나의 이상한 취향 = 촌스럽게 태우기까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서 그저 기뻤다.
사람들이 찍어 올리는 사진 속 내 모습이 생각보다 조금 더 까맣긴 했지만 몬낸이 인형처럼 나름 귀여웠다.(ㅋㅋ)
오늘은 썬블록도 야무지게 발랐고 2시간째부터는 구름도 은근히 끼기 시작해서 별일이 없을 줄 알았다.
이 땐 몰랐지.
끝나자마자는 엄청난 허기가 몰려와서 바로 옆에 있는 홈플러스 푸드코트로 향했다.
국물까지 싹 비웠는데도 배가 고파 디저트로 빙수까지 먹었는데 여전히 허기가 달래지지 않았다.
결국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 하나를 먹고 나서야 진정됐다.
한 여름의 청춘이 따로 없었다.
드디어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려고 뜨거운 물을 쐬는데 등에 파스를 바른 것처럼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어.. 나 이거 느껴본 적 있는데?
5년 전, 급속으로 새카맣게 태우겠다고 썬블록도 안 바르고 발리의 뜨거운 해 아래 물놀이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왼쪽처럼 놀아서 오른쪽처럼 됐다.
아파보이나?
맞다.
해가 심각한 피부 화상을 입힌다는 걸 이때 알았다.
(진물도 나고 따가워서 옷도 걸칠 수도 없었다. 같이 간 친구들이 계속 수딩젤을 발라주느라 고생했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황급히 근처 올리브영에서 수딩젤을 사와 등에 치덕치덕 발랐다.
물론 5년 전 왼쪽이 비교도 안되게 심했지만 선블록을 발라도, 물기가 있는 채로 해 아래 있으면 경미한 피부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린다.
알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통증은 없다. 그냥 피부가 건조해서 속만 땡기는 느낌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