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비의 8할은 음식이다.
사고 싶은 게 잘 없기도 하고, 다른 건 몰라도 밥만큼은 후하게 먹자가 나의 신조다.
대식가 시절엔 음식이 모자라서 혼자 식당에 가도 2인분씩 시켰다면, 이제는 1인분도 다 못 먹으면서 꼭 사이드 메뉴라도 시키고 만다.
게다가 먹성 부심이 있는 A와 함께 살고부터는, 시너지가 나는 바람에 식비가 곱절이 나간다.
아무리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곤 하지만 죽어야 때깔 고운 귀신이지 살아생전에 파산하게 생겼다.
신체적 한계도 받아들일 때가 됐다.
소화할 수 있는 양을 조금이라도 초과하면, 식후에 누가 뒤통수를 내리쳐 기절이라도 시킨 양 잠에 들어버린다.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검소한 식습관을 가지기로 했다.
어제부터.
제일 먼저 외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귀찮고 힘들어도 집밥을 먹기로 다짐하고 밥을 안쳤다.
당장 반찬을 할 수는 없으니 동네 반찬가게에서 찬을 몇 가지 시켰다.
국은 비비고의 도움을 좀 받기로 했다.
3만 원 정도를 썼다.
이걸로 5끼를 해결하면 한 사람당 3,000원 정도 쓰는 셈인데?
단숨에 살림의 제왕으로 거듭났다.
마침 스케일링을 하는 날이어서 퇴근 후 집을 나섰다.
저녁을 미리 해두고 나오니 마음이 그렇게 한갓질 수 없었다.
나가지 말았어야 했다.
하필 치과에서 돌아오는 길에 모둠전을 파는 식당이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전을 부치고 있었다.
살림의 제왕은 새로운 계산기를 두드렸다.
모둠전+골뱅이무침이 5만 원 정도 되니까, 7끼 정도로 소분하면, 한 사람당 3,500원 정도겠구나.
그렇게 12끼를 마련하고 말았다.
어제 한 끼를 먹고 방금 저녁으로 한 끼를 먹었으니까 이제 10끼 남았다.
[…] 마침 ‘설 전 마지막 밥솥 특가’ 광고 문자가 왔고 그 길로 질렀다.집밥 챌린지라는 일기를 쓴 지 4달이 흘렀으니 바이오리듬상 또 집밥 타령을 할 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