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01일

2024년 회고

By In DAILY

해가 넘어가기 전에 개인 회고를 하려 했는데 해가 넘어갔다.
언젠 안 그랬겠냐마는 올해 역시도 너무 바빴다.

언젠가 인스타에도 글을 남겼었는데,
올해 유독 많이 변했고 컸다.
20살에 그랬고 26살에 그랬고 올해는 마침 32살이었다.
나만의 6년 규칙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나는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가만히 있지 못했다.
식당에서 수저를 준비한다거나, 놀러 가면 설거지를 한다거나, 풋살 팀 짐을 든다거나, 뭐 그런 식으로 무조건 가담을 해야 마음이 편했다.
솔직히.. 가만히 있으면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아 그 기분을 참을 수 없었다.
이 와중에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하게 되는 것들이 딱히 억울하지 않았다.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거니 억울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죽상을 하고 투덜대는 사람들에게 뭘 더 시킬 바에, 내가 시종처럼 더 하고 치워버리는 게 나았다.

나이가 어릴 땐 예쁨을 많이 받았다.
허드렛일들을 자처해서 하니까.
그리고 이런 성격 덕에 주위에 착한 사람들만 남았다.
심보가 고약한 사람들은 이런 나의 착한’척’을 언제나 불편해했다.
신기하게도 그들은 하나같이 다 그 ‘척’을 까발려 보겠다고 시비를 걸다 결국 다 떨어져 나갔다.
그 과정에서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게, 타인이 나를 만만하게 보게 만드는 건가 갈등하기도 했지만,
곁에 남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좀 피곤해도 계속 착한’척’사는 게 맞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랬는데 이게 나이를 먹으니 다른 이야기가 됐다.
내가 나서서 그렇게 행동하는 게 이기적인 순간들이 생겼다.
생각나는 일화가 하나 있다.

풋살을 하고 국밥을 먹으러 가면, 나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반찬을 미리 더 뜨러 간다.
무조건 반찬을 더 먹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그러면 어린 친구들이 안절부절못했다.
친한 애 하나는 ‘제발 좀 가만히 계세요.’라고 혼을 냈다.
누구는 가만히 있는 게 편한 줄 아나.
‘너나 가만히 있어. 받을 줄도 알아라.’라면서 그 말을 묵살해 왔는데,
더 친해지고 나선 내가 그러는 게 불편하니 언니야말로 받을 줄 알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내가 못해서 상대한테 강요하던 게 나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왔다ㅎㅎ

그렇게 올해는 좀 덜하고 가만히 있는 연습을 했다.
고기를 먹으러 가면 내가 굽겠다고 했을 때 한 번 거절당하면 억지로 집게를 뺐어오던 걸 멈춰봤고, 식당에 가서 수저 통과 멀리 앉게 되면 굳이 팔을 뻗어 수저를 놓지 않으려 하고, 짐이 무거워도 내가 들만하면 최대한 들었었는데 충분히 들 수 있어도 나눠 들고..
받기만 하는 게 처음엔 되게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부담감 대신 감사함을 느낄 줄 알게 된 것 같다.
물론 여전히 멋쩍고 삐걱대지만, 주는 상대도 뿌듯한 마음만 들 수 있게 잘 받는 연습을 더 해야지.
(그리고 왜인진 모르겠지만 큰 크릇의 자질 중 하나가 받을 줄 알기가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내 성격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던 부분이 바뀌니 많은 곳에서 확장이 일어났다.
예상치 못하게도 특히 일적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게 됐다.
겨우 받아 버릇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또 오만했다ㅋㅋ

이제 갓 바뀌기 시작했으니 앞으로의 6년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려나.
주는 사람들이 곁에 많았던 덕분에 성장할 수 있던 한 해였다.
올해의 키워드는 아마도 감사가 아닐까.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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