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더니 12시였다.
스페인이 오전 5시니까.. 완벽히 스페인의 시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어젯밤에 눕자마자 잠이 쏟아지기에 안도했건만.
제주도를 다녀왔을 때만 해도 돌아오면 먹으려고 생각해둔 게 산더미였는데 스페인의 음식은 대단했나 보다.
오늘까지도 입맛이 없어서 집 근처 백반집에서 밥을 먹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또 잠들 것 같아서 아예 산책을 하기로 했다.
늘 걸어서 지나치던 공원에 잠깐 들렀다.
그늘이 없는 벤치가 모두 공석이었다.
태닝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자리를 넓게 쓸 수 있을 텐데.
소매와 바지를 걷어붙이고 살을 최대한 드러낸 다음, 티셔츠를 끌어올려 얼굴을 가리고 누웠다.
한국도 아직 해가 뜨거웠다.
대충 눈을 가렸더니 여기가 한국인지 스페인인지.
마침 배도 부르겠다 잠이 왔다.
다음번엔 돗자리를 가지고 나와야지.
랩탑도 갖고 나와 꺄르르 거리는 애기들의 소리를 들으며 일도 해봐야지.
스페인에서 좋았던 것들을 한국에서는 못한다고 지레 소거해버리지 않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