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0일

<소라에게> 후기

By In DAILY

인생 첫 콘서트였지만, 비교군이 없어도 특이한 콘서트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연말 콘서트라하면 한해를 마무리하는 아쉬움과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에너제틱한 기운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소라에게>는 훌쩍임으로 가득찬 콘서트였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는가수다의 관객들처럼 눈물이 났다.
나는 슬픈 영화를 봐도 좀처럼 눈물이 나지 않는 사람이어서 4분 남짓한 노래에 눈물을 비치는 관객들이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감성적인 사람들만 모아놨다거나 일부러 수학여행의 촛불의식처럼 울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 건 아닐까 의심했었다.
근데 웬걸..
이런 눈물 콧물 바람도 없을 거다.
노래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 어떻게 이렇게 음반이랑 똑같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사람의 기운이 직접적으로 닿는 건 이어폰으로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들숨에 눈물 한번 날숨에 콧물 한번이었다.

그녀는 듣던 대로 예민함의 극치였다.
무대 위에는 가습기가 올라와 있었고 의자와 보면대 그리고 그녀가 직접 뭔가를 제어할 수 있는 기계가 있었다.
이렇다 할 인사도 없이 들어와 의자에 앉아 노래를 시작했다.
첫 곡부터 앞에 놓여있는 기계를 만지작거리고 인이어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만지작거리고 고개를 흔들면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탄식을 내뱉었다.
세 번째 곡 도입부에서는 음악이 시작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인이어 소리가 안 들리고 윙윙 거리니까 이거 어떻게 해주던지 아니면 끄던지 해주세요.”라고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내가 얼마나 눈치가 보이던지 눈물이 나는 와중에도 마음이 불안했다.
그렇게 어안이 벙벙한 분위기로 7-8곡을 연속으로 불렀다.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마무리되고 처음으로 입을 뗐는데 그녀의 모든 말이 인상적이었다.
“제가 오늘 여유가 없나 봐요. 귀가 안 들리네요. 제가 노래하는 목소리도 안 들리고 지금 말하는 것도 스스로 들리지가 않아요. 이랬던 적이 없어서 지금 제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모르겠네요.”
“이렇게 불편하게 해서.. 아니 불편해하실 것 같아요. 연말 공연인데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축 처지는 노래만 부르고.”
“노래나 방송만 할 때는 그게 잘못된 거란 걸 알면서도 하고 싶지 않을 땐 그냥 안 해버렸어요. 근데 엄마가 아프고부터 모든 걸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내야 하고 그렇게 관둘 수 없는 삶을 처음 살아보고 있어요.”
“저는 공연 전용 착장이 있어요. 옷이 달라지면 괜히 잘 안될까봐 그렇게 되네요.”

예민함을 핸들링할 수 없어보이는 그런 모습에서 내 모습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괴팍하게 여기겠지만 그게 뭘 어쩐다고 되는 부분이 아닌 걸 아니까 괜히 내가 억울했다.
다만 주위 사람의 맘을 졸이게 할 수 있으니 용을 써서라도 잘 감춰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연이 마무리될 즈음 <바람이 분다>에서 집단 오열이 한 번 있었고, 마지막 곡이 끝나고 나서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셨다.
그대로 퇴장하시면 관객이 앵콜을 외칠 테고 그러면 다시 나오셔서 한두 곡 부르시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앵콜 하실 것 같아서 앵콜곡으로 청혼 부르겠습니다.”
그렇게 다들 아쉬운 소리도 못 내고 어정쩡한 상태로 <청혼>이 시작되었는데 몇 마디만에 본인의 노래가 마음에 안 드셨는지 밴드를 멈췄다.
“마지막 노래만큼은 잘해야 해. 지금 너무 잘 못한 거 같애. 죄송합니다. 다시 할게요.”
마지막 노래를 끝으로 부축을 받으며 퇴장하셨다.

<소라에게>로 시작되어 “소라로부터”로 끝났다.
평생 잊지 못할 공연일 거다.

Written by hershey

안녕하세요 걀걀걀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