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리는 고기 귀신이 붙었다.
고기가 미친 듯이 땡긴다.
한 끼만 먹어도 느끼해서 충분하던 게 삼시세끼동안 계속 생각난다.
아침 운동을 끝내고 열무국수에 고기 한 판을 해치웠다.
고기를 먹고 있으면서도 계속 고기가 먹고 싶었고 양껏 먹었는데도 더 먹고 싶었다.
저녁 메뉴도 영락없이 고기여야 한다는 걸 직감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불가항력의 힘으로 잠에 들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찝찝한 상태로 잠드는 건데, 도무지 손 하나 까닥할 힘이 없었다.
이대로 하루를 마감하나 싶었지만 저녁식사 시간 즈음 눈이 떠졌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고기 먹고 싶다였다.
어이가 없다.
유명한 삼겹살집이 바로 집 앞에 있다는 건 꽤 고통스러운 일이다.
도통 집에서 고기 구워 먹을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얼마 전에도 7만 원을 쓰고 왔다.
고기 3인분에 식사까지 먹으면 돈이 우습게 나간다.
게다가 오늘은 몸이 많이 지쳐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명분도 좋으니 더더욱 사 먹기 쉬웠으나, 오늘은 3인분 이상을 먹어야 하는 날이었다.
이럴 때는 카드 앱을 열어 카드값을 보면 된다.
갑자기 기운이 솟았다.
(돼지고기 가격이 떨어졌다는 뉴스도 외면하기 어려웠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심지어 비도 왔지만, 불굴의 의지로 장을 봐왔다.
일단 고기는 한 근을 샀다.
좀 적다 싶었지만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마늘도 제일 작은 한 묶음을 골랐고 고추, 깻잎, 상추, 버섯을 샀다.
마침 A가 집에서 가져온 고수가 있어 완벽한 한 상이 차려졌다.
게 눈 감추듯 비웠다.
배가 차지 않아 라면도 끓였다.
여전히 뭔가 덜먹은 듯 속이 허해서 디저트도 먹을 것이다.
호르몬은 진정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