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제대로 아프고 있다.
컨디션이 많이 안 좋으면 죽을 먹고, 약기운이 돌아 조금 괜찮으면 일반식을 먹고 있다.
오늘 저녁은 약기운이 돌아 일반식을 먹을 수 있어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고민했다.
A는 남파랑 국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7분 남짓 거리를 걸어가며 복지리탕, 한상 푸짐하게 나오는 한식, 닭볶음탕, 소고기, 이것저것 많이 나오는 김치찌개 등을 제안했더니,
A가 국밥이 싫냐고 되물었다.
..그러게 나 국밥 되게 좋아하는데 왜 다른 메뉴를 이렇게나 많이 제안했을까?
이따금 몸이 허할 때 엄마는 내게 복국을 먹였다.
맑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고 나면 없던 기운도 솟아났다.
그래서 몸이 안 좋을 땐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 낫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취를 시작하고 몸이 안 좋길래 복집에 들어갔는데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복국이 비싼 음식인 줄 몰랐다.
한 그릇에 4-5만 원이라니!
학식을 먹으면 열댓 번도 더 먹을 금액인데.
그래서 찾은 대체재가 돼지국밥이었다.
곰탕은 건더기가 부족하고 순대 국밥은 부담스러운데,
부추를 잔뜩 넣은 돼지국밥은 적당히 진하고 적당히 배불렀다.
언제나 국밥 한 그릇에 밥 두 공기와 사이다 한 병을 시켰다.
먼저 부추를 산더미만큼 담아와서 국이 식기 전에 푹 적셔두어야 한다.
매운 게 자신 있는 날은 다대기도 잔뜩 넣는다.
부추들이 숨이 죽고 나면 고기 건더기들과 함께 건져 밥 한 공기랑 먹는다.
남은 국물에 나머지 한 공기를 말아 깍두기랑 먹고 나면 배가 뽈록해진다.
입가심으로 사이다까지 마시고 뻘뻘 흘린 땀이 식기 전에 바로 귀가해야 한다.
테라플루를 타서 두세 모금에 원샷하고 뜨거운 물에 노곤하게 씻고 나와 바로 이불 속으로 직행한다.
그러면 그 어떤 병도 씻은 듯이 나았다.
그래서 그런가 괜히 돼지국밥이 대체재로 인식되어 무의식에 자리 잡았던 것 같다고,
머쓱해하며 나만의 회복 루틴을 말했더니,
A는 국밥이 먹기 싫은 게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그 회복 루틴을 해보자고 했다.
이제는 밥 두 공기를 못 먹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어른답게(?) 수육 한 접시를 대신 시켜 맛나게 먹고 왔다.
내일이 되어봐야 알겠지만 A가 회복한다면… 앞으로 허할 땐 돼지국밥집으로 직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