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렛일에 진심이면 벌어지는 일 1
허드렛일에 진심이면 벌어지는 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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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취직한 곳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영상 편집 직군으로 들어갔으나 초반엔 블로그, 카드 뉴스 디자인과 같은 영상 편집 외의 일을 훨씬 더 많이 했다.
왜 이런 일을 나에게 시키지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해본 적이 없어 미숙한 부분이니, 좋은 퀄리티의 작업물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실력을 키우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랬더니 분명 아웃풋이 형편없었지만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노력하고자 하니 결국 퀄리티도 좋아졌다.
회사가 자리를 잡아가며 규모를 키우고 직원을 채용하기 시작하면서 동료들이 생겼다.
그동안 나는 숙련된 편집자가 되었고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빠른 손을 타고나 바튼 일정에도 내 몫을 수행하는 데에 무리가 없었던 터라 다른 사람을 살필 여유도 있었다.
주로 동료들의 가편본을 받아 자막을 대신 타이핑해 주었다.
덕분에 이런 자막이 넣어진 가편본을 받는 영광도 얻을 수 있었다.
받아서 할 몫이 없을 땐 하다못해 내 컵을 씻는 김에 동료들의 컵을 모아다 설거지를 해준다거나, 내 자리의 먼지를 닦을 때 같이 닦아주기도 했다.
아니면 회사 외장 하드들을 꺼내 프로젝트를 항목별로 분류하여 정리를 해보거나 편집자들이 작업하기 편하게 파일을 정리하는 규칙 등을 만들어 전파해 보기도 했다.
편집 외에도 가리지 않고 (허드렛)일을 하다보니 존재감 있는 사람이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허드렛일로 간주되는 일들이 나에게 많은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각각 놓고보면 굳이 안해도 될 일일 수 있는데 안해도 될 일들을 부지런히 쌓아왔더니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뭔가 돌아올 걸 기대하고 했던 게 아닌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언젠가 자세히 쓰겠지만 같이 사업을 하고 있는 L과 A를 만나게 된 것도 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일관된 커리어가 없는 것 같아서 내 노동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비록 한 이력서에 쓸 수 없는 이력들 같지만 꽤나 멋지게 살아온 걸로 정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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