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년 동안 묶여있던 23만 원짜리 할부로부터 벗어났다.
거금의 주인공은 맥북이었다.
대학생 때 샀던 맥북이 갑자기 뻗어버리는 바람에 급하게 새로운 맥북이 필요해졌다.
당시 신형 맥북이 출시됐고, 원하는 용량과 성능으로 커스텀을 하면서 500만 원이 훌쩍 넘었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신용카드가 있었고 쿠팡에는 무려 2년짜리 무이자 할부가 있었다.
다음 달 카드값에 23만 원이 미리 얹혀 있는 건 은근히 부담되는 일이었다.
맥북을 잘 쓰고 있으면서도 괜히 그랬다.
앞으로 할부는 최대한 쓰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건만 위기에 처해버렸다.
나는 자타공인 라떼 처돌이인데, 요즘 들어 우유가 점점 부대낀다.
제일 먼저 평상시에 마시던 우유부터 끊었다.
어릴 때부터 물 대신 우유를 마셔왔기 때문에 쉽진 않았지만 어쨌든 해냈다.
그 이후에는 아무 문제 없이 지내왔는데 서른살이 넘어서부터 오후에 라떼를 마시면 속이 니글거렸다.
그때는 우유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고 커피가 원인이라고 판단해서 오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기로 했다.
그랬는데 이제는 아침에 마시는 라떼가 부담스러워졌다.
속이 더부룩하니까 커피를 끊어야 하나 싶어 절망스러웠다가, 아메리카노로 바꿔 마셔보니 속이 편하다는 걸 알게 됐다.
커피를 못 마시는 것보다 나으니까 다행이긴 한데, 우유도 끊은 마당에 라떼까지 못 마신다고 생각하니 속상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라떼를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생체실험을 했다.
락토프리 우유, 아몬드 우유, 귀리 우유를 사용한 라떼는 속이 편했다.
문제는 일반 우유가 아닌 우유를 사용하는 카페가 많지 않고, 있더라도 비싸다는 것이다.
6,000원씩 30일을 마시면 18만 원인데, 딱히 돈 쓰는 곳도 없고, 하루 한 잔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면 또 싼 것 같기도 한 금액이다.
그래도 비용을 절감할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결국 에스프레소 머신까지 가버렸다.
강민경 유튜브에 나오는 제품이 제일 마음에 들어서 찾아봤더니 1,000만 원 대였다.
나중에 부자가 되면 꼭 사야겠다고 점찍어두고, 150만 원 선에서 나름 괜찮다는 제품들을 찾아봤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잘 쓰고 있었다.
당근에 내놓게 될까 봐 선뜻 사지 못했는데 왜 진즉 사지 않았는지 후회가 된다는 류의 후기들이 있었다.
당근에도 제품을 검색해 봤더니 판매량 치고 매물이 많지 않았다.
유튜브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원두 브랜드마다 어떻게 맞춰서 먹는 게 가장 맛있는지 레시피를 찍어 올리고 있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는 게 손해인 기분이 들었다.
쿠팡에 들어가 보니 무이자가 22개월까지 된단다.
한 달에 7만 원이라.
A가 마시는 것까지 생각해서 하루에 만 원을 쓴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30만 원이다.
당장 구매를 하는 게 맞다.
5개월만 마셔도 뽕을 뽑는다.
게다가 먹고 싶은 원두를 골라서 마실 수도 있고 가장 좋은 건 휴일에 밖에 안 나가도 된다는 점이다.
이제 해결해야 하는 이슈는 공간만 남았다.
도저히 둘 곳이 없다.
테트리스를 해봐야 할 것 같다.
할부의 굴레로 다시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