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갔는데 문어요리가 있었다. 메뉴명이 정확히 문어 구어와 감자인 걸로 미뤄 짐작건대, 식당 주인분은 분명 스페인 문어 요리에 감명을 받으신 것이 틀림없다. 감자와 문어의 조합이라니. 내가 스페인을 다녀오지 않았더라면 절대 주문하지 않았을 메뉴였겠지만, 지금은 안 주문할 수 없는 메뉴가 되었다. 한국에서 먹는 문어 구이는 어떤 맛일지도 궁금했다. 사실 스페인이 문어 요리로 유명하다는데, 먹어 본 적이 없으니, 내가 얼마나 맛있는 문어를 먹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이 아쉽던 참에 잘 됐다고 생각했다.
문어와 감자에서 한국의 맛이 났다. 분명 스페인 요리였는데 재료 본연의 맛이 한국이었다. 그렇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다. 추억을 먹은 걸까. 스페인에서 먹었던 문어 요리가 맛있던 요리였다는 걸 알게 될 줄 알았는데, 앞으로 먹을 모든 문어가 다 맛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