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에 있는 사람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비가 내렸다.
내리다 말다 하는 와중에 가끔 해도 얼핏 비쳐서 그칠 줄 알았는데.
제일 먼저 든 생각(들).
돌아갈 때 차 시트 어떡하지?
배고픈데 식당 들어가면 민폐겠지?
커피도 마셔야 하는데 씻고 나와서 마시면 너무 늦지 않으려나?
감기 걸리면 업무에 지장 있는데 나는 그냥 들어간다고 할까?
난감한 눈빛들을 주고받다가 기왕 나온 김에 그냥 했다.
온몸이 젖도록 풋살을 하는데 정말 즐거웠다.
언제 이렇게 수습 걱정 않고 애같이 뛰어놀았더라?
비가 오면 바지 밑단이 젖어서 귀찮고
눈 오면 길 미끄러워서 긴장되고
해가 내리쬐면 땀 냄새날까 걱정되고
매사에 이래서 어떻고 저래서 어떻고 어른같이 살다가
에라 모르겠다 배 째라 했는데 즐거웠다.
그래.
옷이 젖으면 널면 되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되고
땀나면 씻으면 된다.
차 시트가 젖어도 닦으면 그만이고
식당에서 안 받아주시면 받아주시는 곳을 찾으면 되고
찝찝한 거 좀 참고 커피 마시면 두통도 없고 그 이후에 씻으면 되고
감기 걸리지 않게 따뜻한 물 마시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면 된다.
눈만 한 번 질끈 감으면 된다.
차도 무탈했고
처음 들어간 식당에선 멋있다고 환영해 줬고
오히려 따뜻한 커피가 몸을 녹여줬다.
당연히 감기도 안 걸렸다.
내가 그동안 놓친 것들이 뭐가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