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는 루틴 한 일상을 산다.
동네 할머니의 빗자루질 소리를 알람 삼아 일어나고,
양치를 하며 자신이 가꾸는 화초에 물을 주고,
자판기에서 캔커피 하나를 사서,
출근길에 들을 올드팝 테이프를 고르고,
자신이 맡은 화장실들을 돌며 청소를 한다.
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편의점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가지고 다니는 필름 카메라로 그날의 나무를 찍는다.
저녁엔 단골 식당에 들러 한 잔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와서 사두었던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주말에는 일하느라 입었던 작업복을 세탁하기 위해 코인 세탁방에 간다.
평일에 찍었던 필름 인화를 맡기고,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맞은편 술집에서 한 잔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찾아온 사진을 정리하거나 분갈이를 한다.
언제나와 같은 그의 일상은 언뜻 지루하고 쉬워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어쩌다 베푼 호의가 모멸감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화장실에 자신을 위한 깜짝 쪽지가 있기도 하고, 점심을 먹는 곳에 눈인사를 하게 되는 사람이 생긴다거나, 출근길에 듣는 올드팝 테이프를 잠깐 도난당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여동생과 싸운 조카가 무작정 찾아와 자신의 삶에 침투한다.
일상을 무너뜨리는 예측 불가의 순간들 속에서도 그는 꿋꿋하게 루틴을 지켜낸다.
“지금은 지금이고, 다음은 다음이다.”
오랜만에 갑자기 들이닥친 조카에게 한 말이다.
피는 물보다 진한지, 그동안 교류가 전혀 없었지만, 취향도 대화도 통한다.
노을을 바라보며 같이 자전거를 타는데, 조카는 자전거를 타고 더 멀리 가자고 한다.
분명 같이 노을 속으로 내달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지금과 다음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마음 덕분에 그는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화장실 청소부라니.
빔 벤더스답지 않은 노골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본 재단으로부터 도쿄 화장실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은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이보다 더 세련된 홍보 영상이 있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