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만 해도, 태어났으니 살고, 사는 김에 열심히 사는 거였다.
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에, 어릴 때부터 생일은 부모님께 감사해야 하는 날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는 게 크게 재미있지 않으니, 부모님께 감사라도 해야, 태어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엄마 아빠는 뭐 하러 나이도 많은데 나랑 동생을 낳아가지구,
청춘 다 지나서 몸 힘들 때 힘든 세월 겪어냈나 싶어,
둘이 각자 즐겁게 살던 대로 쭉 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요즘은 재밌게 사는 게 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사는 게 가끔 재미있기도 하다.
그동안은 그저 재미가 알아서 굴러오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원하지 않는데 재미가 맨입으로 올 리가?
오던 재미도 도망갔을 것이다.
엊그제 엄마가 아무리 재미없는 콘텐츠를 봐도, 스스로 집중하다 보면 재미를 찾을 수 있고, 그렇게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이 이해가 갔다.
‘굳이?’라고 반문하던 미운 네 살이 드디어 나이를 먹었다.
냉소적인 태도는 좋지 못하다고 사촌 언니가 12년 전 이메일에서 꿀밤을 놔줬는데, 이제야 냉소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오늘 생일인 김에, 탄생에 대한 나의 생각이 여전한가 떠올려봤는데,
처음으로 태어나서 좋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태어났으니 살고, 사는 김에 열심히 사는데, 기왕 살 거 즐겁게 살자까지 왔다.
이제는 명분이 아니라 진심으로 강수방은 커플에게 감사하다.
우리 귀염둥이 방으니에게는 더 많이 감사하다~ㅋㅋ
강수는 섭섭해도 이해해라~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