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자전거 신발을 사게 됐다.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
신발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던 날 당근에 키워드를 등록해뒀는데,
재택근무를 하고 있던 오늘 알림이 떴고,
내 발 사이즈였고,
집에서 10분 거리에서 직거래가 가능했고,
가격도 적당했고,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그냥 출발해버렸다.
점심 라이딩을 가기 위해 풀착장을 한 중년 남성이, 좋아 보이는 자전거를 끌고 등장했다.
물품에 대한 보증이 확실해졌다.
시착해보고 싶다니까 이미 기스가 좀 났지만 기스가 안 나게 신어달라고 부탁하셨다.
다이얼을 서툴게 돌리며 꾸역꾸역 신으니 영 못 미더웠는지 신발을 직접 신겨주시면서,
아들래미 신기려고 샀다가 쑥쑥 크는 바람에 세 번밖에 못 신었다는 짤막 어필도 하셨다.
가기 전부터 모든 게 수월하고 아무 걱정도 되지 않길래 신발을 사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당장 아침까지만 해도 아직 자전거 신발을 신기는 무서웠는데,
막상 기회가 다가오니 덥석 잡았다.
신고 타게 되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