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고뇌는 커피를 마시러 나갈 것이냐 아니면 안락한 침대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냐다.
침대는 커피의 강력한 라이벌이어서 언제나 위협적이지만, 그래봤자 만년 2등이다.
뻔히 커피를 마시러 가게 될 걸 알지만,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점이 매번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다.
침대가 우위를 점하는 날에는 배달로 주문해 먹었다.
하지만 이제는 1층에 집주인분의 카페가 생기는 바람에 시켜 먹기가 민망해졌다.
게다가 아쉽게도 1층 카페의 커피는 내 취향이 아니다.
오늘은 심지어 비가 와서, 고민의 정도가 다른 날에 비해 더 깊었다.
언제나 그랬듯 커피를 끊어볼까 생각했다.
카페인이 몸에 좋은 건 아니니 이참에 끊는 것도 나쁘지 않다.
흠냐.
커피 어디로 마시러 가지.
침대를 뒤로하고 비를 뚫고 나가기까지 할 거라면, 카페에서 일을 하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짐을 챙겨 집 앞 스타벅스로 향했다.
무려 3분이나 걸어 도착한 곳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상암 주민이 모두 스타벅스로 피크닉을 나왔나 보다.
절대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세 모금으로 끝낼 수 있는 커피를 한잔 시켰다.
나오자마자 한숨에 다 마시고, 컵을 반납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바로 쌌던 짐을 풀었다.
아마 짐을 싸고 푼 시간이 커피를 마시러 다녀온 시간보다 길 것이다.
커피를 끊고 만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