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났다.
20대 중반을 샴쌍둥이처럼 지냈던 삼총사 중 한 명이다.
작년 겨울에 마지막으로 만나서, 계절마다 만나자는 약속을 했지만, 어느새 가을이 짙어졌다.
여느 때와 같이 친구가 좋아하게 된 식당에 나를 초대해 줬다.
다음으로는 음식과 술을 푸짐하게 시켜 배가 터질 듯 먹고 마셔야 하는데 세월을 정통으로 맞았다.
술은 됐고 음식도 부대끼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먹자고 했다.
오늘도 작년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하루를 살았다며 각자의 안부는 생략하고, 서로 모르는 얘기를 하자고 했다.
그렇게 조용히 밥만 먹었다.
카페에 가서도 고정 메뉴였던 아이스 라떼를 마시지 않았다.
둘 다 따뜻한 청귤차를 호로록 마시며 그제야 생각난, 서로 모르는 이야기들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나는 가우디가 얼마나 천재적인지에 대해서 얘기해 줬고, 친구는 90세 시인의 낭독 공연을 보고 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놀리며 대화를 했지만 옛날과 다르게 대화의 템포가 느긋해졌음을 느꼈다.
친구는 슬퍼해야 하는 거야?라고 물었고 나는 슬플 거 뭐 있어 그냥 그런 거지라고 대답했다.
조금은 둔해져도 무감해지지는 말자는 말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고 다가오는 겨울에 다시 꼭 만나자고 약속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앞으로도 지금처럼 친구가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