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민소매를 입고 땀을 흘렸는데 오늘은 기모 후드티를 입어도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생각보다 한국으로의 복귀가 순식간에 이뤄졌다.
보일러와 가습기를 틀었고 내일부터는 코 세척을 할 것이다.
한국인을 강하게 만든 건 날씨 때문이란 말이 맞다.
널을 뛰는 계절을 버텨내기 위해서는 강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여행을 하며 친구들과 한 얘기가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맛없는 음식도 먹어봐야 한다고.
맛있는 음식만 먹으면 그냥 음식을 먹게 되는 거라고 했다.
그러니 여름을 계속 좋아하기 위해서는 겨울을 통과해야 한다.
이번 여름엔 해를 가득 충전해와서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오늘 하루 만에 진 것 같다.
신발이 벗겨지기 전에 여름이 오면 좋겠다.
여름 인간은 겨울이 오기도 전에 여름을 그리워한다.
